[제1전시관] 무시무시한 턱의 판피어류, 둔클레오스테우스 턱 가동모형 전시
  • 작성자전체관리자
  • 작성일시202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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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대 데본기의 최상위 포식자 둔클레오스테우스!
이 막강한 턱을 지닌 판피어류는 척추동물의 진화과정을 다룰 때, 참으로 매력적인 대상입니다.

척추동물의 조상은 고생대가 시작되던 전기캄브리아기에 이미 수많은 무척추동물들과 함께 등장했지만, 튼튼한 갑옷으로 무장한 삼엽충이나 바다전갈 같은 무척추동물의 서슬 퍼런 치세에 눌려 오랜동안 기를 펼 수 없었습니다. 초기 척추동물의 유일한 생존기술은 몸 안의 빳빳한 인대 같은 척삭의 탄력과 근절(근육마디)의 운동성에 기댄 '36계 줄행랑'!  움직일 수도 없는 동그랗게 뚫린 구멍 같은 입으로, 물 속을 떠 다니는 플랑크톤이나 유기물 조각을 빨아들여 먹던 이들에게 획기적인 도구가 생겼으니, 그것이 바로 '움직이는 턱'입니다(턱은 아가미구멍을 지지하던 연골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시 척추동물인 코노돈트동물의 복원도
[원시 척추동물인 코노돈트동물의 복원도]
무악어류, 판피어류, 현대유악어류 턱의 진화과정 이미지
[턱의 진화과정]

이 판피어류가 가진 턱의 가동구조는 현대의 경골어류에 이르러 훨씬 더 세분된 복잡한 턱구조로 진화했지만, 두개골과 아래턱을 동시에 움직이면서 입 안쪽을 급격하게 풍선처럼 부풀리고, 이 때 저압 상태가 된 입 안으로 먹이를 쭉 빨아들여 먹는 사냥 방법은 이미 판피어류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튼튼한 갑옷 같은 골질의 판으로 무장한 머리와 가슴, 그리고 턱의 끝에서 가윗날처럼 마주치는 이빨 같은 구조까지 갖추고 있어, 이 무시무시한 턱 앞에 걸려드는 순간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가 두 동강이 나고 맙니다. 

이렇게 척추동물이 고생대 바다의 대세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둔클레오스테우스이지만,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그 우락부락한 두개골의 턱을 쩍 벌린 자세로 좌대에 '얌전히' 올려 전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니면 여기에 살을 붙여 복원한 모형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으로 바다에 떠 있는 듯 전시하는 데에 그칩니다.

Vienna Natural History Museum에 전시된 둔클레오스테우스 두개골 -W
[Vienna Natural History Museum에 전시된 둔클레오스테우스 두개골 -Wikimedia Commons]

지질박물관 제1전시관의 둔클레오스테우스도 거대한 두개골 복제표본을 진열장 좌대에 단순히 올려두고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매력적인 동물이 턱을 크게 벌려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연출할 수는 없을까? 우선 연구자료를 조사해 이들의 턱 가동구조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Anderson과 Westneat가 2009년에 발표한 연구 에 의하면, 둔클레오스테우스는 두개골 뒤쪽과 흉골(가슴뼈)에 있는 관절, 두개골과 아래턱의 관절이 복합적으로 가동해 약 0.02초만에 턱을 급격히 벌려 먹이를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여닫는 시간을 다 합쳐도 0.06~0.06초 이내! 일단 입 안으로 들어온 먹이는 날카로운 턱이 약 600~750 kg무게에 해당하는 힘으로 닫히며 박살이 나고 맙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의 골격모형과 생체역학적 모델 - Anderson & Westneat, 2
[둔클레오스테우스의 골격모형과 생체역학적 모델 - Anderson & Westneat, 2009)

우선 이 두개골 가동구조를 작은 종이모형으로 구상했습니다(처음엔 간단한 가동모형 키트를 만들어볼 생각으로 출발). 두개골 뒤쪽에 부착된 근육이 수축하는 기능으로, 긴 손잡이를 뒤로 기울이면 머리가 뒤로 당겨지면서, 연결된 아래턱 관절과 인대가 연동해서 턱을 크게 벌리도록 했습니다. 최초 도면을 바탕으로 종이모형을 만들었고, 인대 부착부위와 길이 등을 계속 수정하며 가동구조를 완성해갔습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 초기 가동모형 설계1
[둔클레오스테우스 초기 가동모형 설계1]

둔클레오스테우스 초기 가동모형 설계2 - 먹이 움직임 연동
[둔클레오스테우스 초기 가동모형 설계2 - 먹이 움직임 연동]

초기엔 가동레버를 앞뒤로 움직여 턱을 벌리도록 구상했지만, 이렇게 노출된 상태로 가동모형을 작동하면 체험자의 부상이나 고장 우려가 있었습니다(움직이는턱에 손을 다치거나, 가동부에 손을 대서 파손될 가능성). 그래서 전시케이스 안에서 작동하는 형태로 수정하면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뒤통수를 잡아당겨 작동하는 대신, 뒤통수의 인대를 바닥에 연결해 붙들어 두고 몸통을 앞위로 왕복운동하도록 했습니다. 몸통 왕복운동은 핸들의 크랭크축 회전으로 구현하는 방법입니다. 몸통이 앞으로 전진하면 두개골 뒤쪽이 당겨지며 위턱이 위로 들려 턱이 벌어지고, 후진하면 두개골 뒤쪽이 밀리며 위턱이 아래로 내려가 턱이 닫히는 것과 같습니다. 회전운동을 모터로 바꾸면 전동화도 가능합니다.

복잡한 구조때문에 앞에 있는 먹이모형은 고정해서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수정했는데, 후에 다시 연동해서 움직이는 것으로 수정하게됩니다.


크랭크 가동방식으로 설계 변경

[크랭크 가동방식으로 설계 변경]


이제 체험전시물에 올라갈 둔클레오스테우스의 두개골 모형을 만들 차례. 여건상 실물크기로 제작하기는 어려워, 3D 모델링과 3D프린팅으로 축소모형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연구자료에 나온 골격도와 전시표본의 사진, 그리고 지질박물관이 보유한 복제표본을 바탕으로, 외형뿐 아니라 내부의 근육과 인대부착 흔적, 관절의 형태와 작동구조까지 최대한 정확하게 재현하도록 했습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의 3D 모델링 과정과 최종 완성 모델 이미지1

둔클레오스테우스의 3D 모델링 과정과 최종 완성 모델 이미지2

[둔클레오스테우스의 3D 모델링 과정과 최종 완성 모델]


둔클레오스테우스 턱 가동 체험전시물 최종 설계

[둔클레오스테우스 턱 가동 체험전시물 최종 설계]



완성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3D모델은 가동관절과 부품 연결부를 위해 최종 수정한 뒤 3D프린트했습니다. 설계된 가동기구와 전시베이스 제작 과정에도 예상과 어긋나는 부분을 조정하며 제작을 감독했고, 2020년 6월에 드디어 제1전시관 둔클레오스테우스 두개골 표본 옆에 전시됐습니다. 11월에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개최된 '2020 전국과학관 자체개발전시품 성과전시회'에도 출품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체험 전시물이 의례 겪는 문제인 잦은 고장과 파손때문에 수리를 위해 수 차례나 자리를 비워야하기도 했습니다. 3D프린팅된 모형이 정밀하기는 하나, 지속적인 가동 스트레스로 가동부위가 파손되거나 출력된 결을 따라 쪼개지는 등의 부담이 있어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향후에는 전동화된 전시물로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3D프린팅된 모델의 가동기구 제작 중간점검

[3D프린팅된 모델의 가동기구 제작 중간점검]


최종 설치작업 이미지1

최종 설치작업 이미지2

최종 설치작업 이미지3

최종 설치작업 이미지4


전시케이스에는 간략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특징을 그래픽과 함께 부착했고, 둔클레오스테우스에 대한 설명 영상을 자체제작해 체험과 함께 감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시물의 핸들을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면, 몸통이 먹이 앞으로 전진하고, 턱이 크게 벌어집니다. 그와 동시에 벌어진 턱 앞의 먹이(빨간 공)는 입 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연동해 움직입니다(벌어진 턱 안이 저압 상태가 되어 먹이가 빨려 들어감을 표현). 계속 핸들을 돌리면서 턱은 탁! 닫히고 몸통이 후퇴하는 일련의 동작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움직이는 관절부가 어디 어디이고, 어느 부분의 인대가 수축하거나 이완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이 체험전시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키트도 제작해, 각종 체험행사와 기념품으로 활용 중입니다(디자인등록 제30-1095249호). 이 움직이는 키트에서도 데본기 판피어류인 둔클레오스테우스 턱이 가동과 사냥방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뜯어 만드는 둔클레오스테우스 조립키트

[뜯어 만드는 둔클레오스테우스 조립키트]


아래의 사진을 클릭하면,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특징과 체험전시물의 체험 방법 등을 안내해드립니다.

지질박물관과 희희낙ROCK(樂) 놀자! 2편 - 둔클레오스테우스 유튜브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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