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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와 지표수, 그리고 물순환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23/12/06 17:59
  • 조회수528

지하수와 지표수, 그리고 물순환

박동규 선임연구원 (지하수환경연구센터)

 


오늘도 열심히 일한 우리가 휴가를 계획한다면 강, 호수, 바다 등 물이 가득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여행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그러한 생각이 든 건 맑고, 푸른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또는 매우 희박한 확률이지만 지하수가 있는 멋진 풍경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여겨서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온천이나 천연동굴로 유명한 지역을 찾아간다면 의외로 생각보다 쉽게 지하수를 만날 수 있다. 누군가 당장 지하수를 만나봐야겠다 하면, 굳이 그럴 거 있냐며 말리고 싶지만. 가까운 마트에서 생수병 하나 집어보자, 그 안에 든 것이 지하수이다.




 

, 호수, 바다, 지하수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불리지만, 물의 시각에서 본다면 모두 연결된 하나의 큰 순환 중 일부일 뿐이다. 빗물이 강으로 흘러가거나,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바다로 흘러가 증발하여, 다시 비로 내리는 끊임없는 순환 과정을 생각해보라. 물은 모든 경계를 넘나들며 움직인다. 실제로 어디까지가 지하수이고, 어디까지가 지표수인지 그 경계를 구분 짓기 쉽지 않다. 반면 이전의 지하수 모델링 연구는 대부분 다른 수체들의 역할과 연결성을 상당히 단순화하여 지하수 흐름을 해석해 왔다. 이는 지표수나 기상학 연구에서 지하수의 역할을 간과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더 이상 개별 수체만을 대상으로 한 관리 방안으로는 지속가능한 수자원 이용이 불가능하며, 물순환의 전 과정에 있어 각 수체 간의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물순환 과정의 각 분야는 통합 연구라는 이름 아래, 다른 영역까지 서서히 침범해가고 있다. 물론 물순환을 연구하는 일원으로서 보면 반길 일이다.

 

지하수의존생태계

지하수의존생태계(Groundwater Dependent Ecosystem, GDE)는 지하수에 의해 존재하는 생태계를 일컫는 개념이며, 대개 지하수가 지표수와 만나는 곳에 있다. 많은 경우, 습지, 호소, 중소하천 등의 지표수체들은 일시적 강우나 개별 수체의 유입만으로 수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수층을 따라 흐르는 지하수는 수두구배에 의해 결국 지표수체들로 흘러나가는데, 이 과정을 기저유출이라 한다. 지하수는 이 기저유출을 통해 지표수체의 수위 유지와 생태계 존속에 기여하게 된다. 만약 기저유출이 줄어 지표수 수위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하강하게 되면, 일대 생태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지하수면까지 뿌리를 내려 수분을 공급받고 있는 식물들이 곧 고사할 수 있으며, 당장 물고기가 살아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수질적인 측면에서도, 지하수는 기저유출을 통해 생물들에게 필수적인 유기 및 무기 물질과 영양분을 지표수체로 제공한다. 또한 지하수의 일정한 온도는 지표수체가 생물들의 서식에 적합한 온도와 용존 산소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기저유출량을 산정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하수가 지표수계에, 나아가 지하수의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함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와 지하수

이제 기후변화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기후변화의 심화로 인해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의 발생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이미 우리가 몸소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으로서의 지하수가 갖는 가치가 높다는 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소속 일부 센터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일까?

지하수도 강우와 같은 기상 현상에 영향을 받지만, 지표수에 비하면 그 반응이 훨씬 느리다. 호우가 발생하는 경우, 지하수가 부존해 있는 대수층은 불어나는 강물을 받아들여 강의 급격한 수위 상승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가뭄 발생 시에는, 지하수가 강으로 흘러나와

강 수위가 일정 수준 유지되도록 한다. 이를 지하수의 완충 효과라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계절 간 강수량 차이가 심한 곳에서는 이러한 지하수의 역할이 중요하며,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화 혹은 가속화될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국내 주요 하천 권역별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지하수의존계 영향 예측 연구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기온 상승과 강수 변동은 유역 내 증발산, 함양, 지표유출, 기저유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국 물순환 전 과정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에 대한 대비/대응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적절치 않다면, 지하수의존생태계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효과적인 대비/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하수와 지표수를 포함한 모든 수체에서의 흐름과 상호작용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지하수의존계 영향 예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금강, 낙동강, 한강 권역을 대상으로 지하수-지표수 통합 유동 모델을 구축하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각 권역에서의 미래 물환경 변화를 예측해오고 있는 과정에 있다.

권역 규모의 지하수-지표수 통합 유동 모델은 HydroGeoSphere의 개발사인 캐나다 Aquanty Inc.와의 국제공동협력연구를 통해 구축되었으며, 이는 3차원 포화대 및 불포화대 유동, 2차원 지표수 유동, 증발산 과정을 완전 연동하여 시뮬레이션한다. 일반적인 지하수 모델링에서처럼 하천 경계나 함양량을 특정 값으로 정하지 않고, 지형을 따라 나타나는 하천 흐름의 형성이나 식생 분포에 따른 증발산량을 직접 계산하며, 댐과 같은 시설의 운영이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수 있다. 모델 구축을 위해 지표고도, 토양분포, 토지피복, 식생, 하천분포, 지하수 이용시설, 주상도, 유역 경계, /보와 주요 시설 등 방대한 양의 권역별 공간 정보가 입력자료로 활용되었다. 또한 모델 구축과 보정을 위해 일정 기간의 지하수위와 하천 유량 자료, /보에서의 방류량 및 저수위 자료, 강우와 기온을 비롯한 기상 자료 등 다양한 관측 자료에 대한 데이터 처리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구성된 통합 모델은 보정 작업을 거쳐,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지하수-지표수 시스템의 변화를 예측하게 된다. 이미 금강과 낙동강 권역에 대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2100년까지의 미래 물 환경 변화를 예측해 주요 결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구축한 한강 권역에 대한 통합 모델을 이용하여, 내년에는 한강 권역에서의 기후변화에 따른 지하수의존계 변화 예측 결과를 제시할 예정이다.

향후 유역별 기저유출량 정밀 평가, 지하수-지표수 연계 물질 거동 예측,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취약성 평가,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가용한 수자원 예측 및 관리 방안 마련, 홍수나 가뭄 등 재난재해 피해 예측 및 대응 전략 수립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해가며 완성도를 높여

가고자 한다. 본 연구의 성과가 신뢰성 확보를 통해 국가와 지자체가 지하수 및 통합 물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정량적 근거로 활용되어, 국내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 수자원 확보, 생태계 보존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